사실 원래 빌려보고 싶던 책은 이 책이 아니었지만, 목차를 살펴보니 저자의 삶을 기록한 책인 듯하여 빌려보았다. 허지웅이 어떤 사람인지 더 알아보고 싶던 차에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하여. 총평은 이렇다: 허지웅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매력을 잃어버린 사람. 허지웅의 (예를 들면 극심한 결벽 같은) 예민함과 반골 기질은 사람의 눈길을 끌기엔 충분하지만 그뿐이다. 나처럼 특별히 어려움 없이 자란 공시생은 이런 사람의 사고를 완벽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소설이나 수필에 가까운 전반부의 몇몇 챕터들은 의외로 재밌게 읽힌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중후반부부터 시작되는 사회와 정치 이야기는 썩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는 것들이었다.

대개 무엇에 대해 심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강력히 떠드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그 설득력을 깎아먹는다. 허지웅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독을 악을 품고 삶을 치열하게 버틴다는 느낌을 주는데, 그것이 오히려 읽는 이를 지치게 하는 것이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어도, 팍팍한 이 사회에 적응해서 잘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는 뉘앙스도 있다. 넌 왜 이 어려운 사회를 버티는 일에 이리도 무관심한가? 왜 그리 물 흐르듯 생각 없이 사는가? 하는 듯한 메세지. 물론 이것은 나의 피해망상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토록 꼰대를 싫어한다는 허지웅의 글에서 엄청나게 견고한 사고의 틀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허지웅이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반골 기질을 지닌 사람이 주는 특유의 모난 매력은 당할 길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다`하는 관용을 동반하지 못했을 때는 그저 좀 튀는 사람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허지웅은 미우새 정도의 모습이 딱 좋았고.. 앞으로 허지웅의 책을 볼 일은 없을 듯. 이것이 유진정과 허지웅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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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voushideoutd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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