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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2017. 1. 22. 15:06 |

허지웅의 블로그에서 재미있는 글을 읽었었다. 똑딱이 단추가 달린 셔츠를 주르르 뜯어서 걸어 놓은 것이 분명 기억에 남는데 어느 날 입으려고 보니 단추가 다 잠겨 있었다는. 그간 집에 출입한 사람은 없었는데도 말이다.

내게도 이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이 스타벅스 텀블러는 작년 12월경 구입한 것인데, 예쁘지만 뭔가 밋밋한 느낌이 들어 카카오톡 프렌즈 스티커를 붙여두었다. 어피치 대가리 스티커와 얼음컵 스티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두 스티커를 분명 띄워서 배치했었다는 것이다. 물론 어피치가 음료를 마시는 모습이었다면 귀여웠겠지만, 그렇게 연출을 하게 되면 한 스티커가 다른 스티커 위로 가게 되는데, 이 스티커는 볼록한 엠보싱이 있어서 그러면 스티커가 떼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분명 덜 귀엽지만 두 스티커는 나란히 붙어 있었다. 그런데 오늘 무의식적으로 이 컵을 쳐다보았는데, 어피치가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선 집에서 이 컵을 들고 온 뒤론 한 번도 다시 집에 가져간 적이 없는데, 나는 도서관에서 두 스티커의 간격을 음미하며 물을 마신 적이 있으므로 가족의 소행은 아니다. 또 방금 실험해 본 바도 있지만, 이 스티커는 꽤 강력해서 손으로 밀거나 하는 정도로는 잘 떼 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물을 마실 때는 컵의 밑 부분만을 잡기 때문에 내 손에 밀려서 이렇게 됐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렇다면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내 맞은편 좌석에 앉은 누군가가 내 컵을 들어 스티커를 재배치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갑자기 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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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voushideoutd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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