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무덤 2016. 12. 30. 00:38 |
한국 사회에서의 수험과 내가 생각하는 인간적인 삶은 동시에 얻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도 하나마나한 망상들로 머리가 찬다. 특히 점심을 먹고 몽롱한 기운이 한차례 왔다가 가신 뒤가 딱 그렇다.

또 이런 날이면 J가 떠오르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이젠 그렇게 이성적으로 그리운 마음은 아니고, (물론 가끔 꿈에서라든지 볼 때면 잠시 그렇게 될 때도 있지만, 그것은 모두 내 인간적인 나약함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여파가 나의 삶에 남긴 흔적에 대해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아주 애송이지만 그래도 나는 성인이 되어서야 배운 것이 너무나 많았다. 부모님은 좋은 분들이지만 그래도 부모님 슬하에서 배운 것들은 삶에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아주 최소한의 예의 같은 것들이었다. 원체 요령이 없고 눈치를 보는 성격이라 커가면서 알아야 하는 그런 것들을 스스로 체득하기가 어려웠다.

대학교 수업이나 과 생활은 실익이 없었다. 원체 과가 큰 집단이었기도 하고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과 친구들과 한바탕 떠들고 나면 마음속에 공허함 같은 것들이 밀려왔다. 오히려 목적 없이 스마트폰을 탐닉하는 것이 마음에 도움이 되었다. 물론 그것도 외로웠지만. 기숙사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았고 수업을 종종 빠졌으니 학점은 당연히 엉망이었다.

그 와중에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동아리 활동 - 오케스트라 - 이다. 단장을 맡았던 것도, 지금 와서 돌아보자면, 집단을 위해서는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지만 나 스스로를 위해서는 잘 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집단 생활에서 해도 될 말과 할 필요가 없는 말을 구분하고, 술을 마시는 법을 배우고,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적은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런 과정에 클래식 음악이 녹아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그냥 음악을 좋아했지 클래식 음악을 특히 즐겨 들었던 건 아니었는데, 대학교를 다니면서 음악 취향이 클래식으로 확실히 돌아간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클래식 자체의 멋진 매력도 있지만... 동물에서 인간으로 바뀌어 보고자 노력했던 시기에 가장 많이 듣고 했던 음악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 아무튼 나의 전반적인 인격 성장에 음악은 이렇게 기여를 했다.

또 하나의 전환점이 있다면 이성 관계에 대한 것이다. J가 자주 생각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J는 내가 19~22살 정도일 때에 내 인생에 있었던 사람인데, 내가 겪은 모든 시행착오의 실험체 비슷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J는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나 때문에 겪을 필요 없는 힘든 일을 많이 겪게 해서 아직도 미안하다. 언젠가부터 연락이 끊겼고 그냥 미안하다는 말만 언젠가 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는데, 아무튼 다시 연락을 하는 것만으로도 J에게는 미안한 일이기에 그냥 지금은 기억 속의 누군가로 남겨 두었다.

그리고 22살의 중반쯤 이드페이퍼를 만났는데 뭔가 그동안 경험으로 체득하기만 하고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딱 짚어주는 느낌이라 뭔가 인생 똑바로 살기 요약본 같은 느낌이었다. 남자 말고도 미술이나 넌이뒈처럼 살면서 꼭 알아야 하는 것들도 배우게 되었음.. 물론 소장의 글을 읽은 뒤에도 수백번의 흑역사를 남겼고 시행착오도 있었는데 모르겠다 이젠 그냥 적어도 혼자 생각은 할 수 있게됨.

물론 앞으로도 수백번 흑역사는 남길거고 내 팔자 얼마나 내가 더 꼬게 될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20대 중반 되기 전에 큰 일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함.. 2017년도 병신같이 잘 살아봐야지... 우리 인생 화이팅

'무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4) 2017.01.11
겨울  (3) 2017.01.05
공부 결산  (1) 2016.12.28
presents  (0) 2016.12.26
어쩔 수 없었어 내 잘못이 아니야  (0) 2016.12.20
Posted by nervoushideoutdu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