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전 인터스텔라

무덤 2015. 11. 10. 19:10 |

나에게는 영화광 친구가 있음

나의 모교는 사립이었기 때문에 수십년동안 학교에서 닳고닳은 중할배 교사들밖에 없었으며

그들 대부분은 사고방식도 고등학생 수준으로 쭈그러들었는지 

딸아들뻘의 애들이랑 싸우지 못해서 안달이 났고 수업은 못들어줄 정도로 하면서 공부하라고 들들 볶고

휴식시간엔 모여서 담배피고 주말에 자기들끼리 등산가는 것밖에 인생의 낙이 없는 그런 흔한 개저씨들이었음


그래도 그 자유의 불모지 같은 곳에서 아이들은 다 기죽지 않고

서로 연애도 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공부해서 미대도 가고 하는 거 보면 신기했따

이 영화광 친구가 미대를 다녀서 갑자기 그게 생각남.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암튼 인터스텔라가 개봉 당시 하도 유명해서 이 친구는 진즉에 개봉날 예매를. 그것도 용산 아이맥스로 성공하였음

나는 잘 몰랐는데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그런게 수강신청처럼 힘든것이었나봄

이 친구덕에 나는 노력 하나 안 들이고 인터스텔라를 보게되었음


영화는 매우 좋았따

혹자는 인터스텔라가 너무 우주의 장엄함과 범접할 수 없는 도도함 따위를 보여주는 데만 집중한다고 비난하지만

나는 그래도 좋았음

왜냐면 진짜 존나 장엄했기 때문;;

씨발 태어나서 처음 아이맥스 보는데 관객 매너도 존나 좋고 영화관이 존나 조용해

얘네는 새벽 한시에 굳이 영화 하나 보겠다고 수강신청해서 성공한 애들이거든

토성에 인듀어런스 호가 지나가는 씬을 영화관에 나 혼자 있는 것처럼 볼 수 있었다고!!!

물론 한국영화도 아니고 가족애 집어넣어서 후반부에 좀 거슬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정도면 수작이라 생각함


영화를 다 보고 나왔는데 새벽 세시쯤 됐었던것같음

그 용산몰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일단 택시를 타고 이태원에 까페에 들어가서 셋이서 좀 있다가 집에 들어갔다

새벽에 우주영화를 대따 큰 화면으로 보고나오니까 약간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어서 그날이 좀 기억에 남았나봄


근데 갑자기 오늘 그 영화보러간날이 떠올라서 

인터스텔라 개봉일을 검색해봤는데 작년 11월 4일이란다.

벌써 또 1년이 흘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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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rvoushideoutd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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